비타민C, 2009-08-15

팀을 해체하고 2인 유닛 구성으로 낸 세 번째 앨범인 New Road, Old Way 는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앨범이라 할 수 있다. 전작인 Brasil에 이은 새로운 시도였지만 기존의 스타일에서 너무 벗어나서였는지 팬들의 외면을 받게 되었다. 티스퀘어도 이 앨범의 곡들을 라이브에서 연주하지 않는 것을 보면 스스로도 썩 만족스러운 앨범으로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2002년 월드컵 공식 곡이었던 마지막트랙 United Soul은 제외하고.

앨범 첫곡인 Down to Memphis 의 제목처럼 J-Fusion 의 분위기와는 많이 다른 아메리칸 스타일의 곡들로 구성되어있다. 특히 두명의 오리지널 멤버를 제외한 세션들이 대부분 미국쪽 뮤지션으로 구성되어있다. 아마 기존의 티스퀘어 멤버들이 이 앨범을 녹음했다면 J-Fusion의 냄새가 많이 났을거라 생각된다.
첫곡부터 네 번째 곡까지 뉴올리언스풍의, 브라스가 많이 섞이고 편안한 분위기의 긴장감 없는, 그렇지만 흥겨운 곡들이 나온다. 특히 3번 트랙에서는 전통재즈다운 연주를 들려주는 테너색소폰 Larry Williams 의 연주가 돋보인다. 거기에 대응하는 이토의 연주도 앨범 전체에서 어느정도 재지스러운 느낌을 보여주는데 솔로시절에 미국에서 활동하고 그쪽 연주자들과 함께했던 것이 도움이 됐을 것이다. 앨범 중반부인 Aurora부터 후반부까지는 Come And Get It 을 제외하고는 조금은 J-Fusion 분위기의 곡들로 구성되어있다. 두곡의 발라드곡인 Aurora 와 Ancient Dreams 중 Aurora 는 맥빠지는 발라드곡(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의 곡이 아니라서인지)이고 Ancient Dreams는 그래도 들어줄만한 멜로디의 곡이다. Come And Get It 은 1번트랙과 함께 이 앨범에서 가장 가벼우면서도 흥겨운 곡으로 부담없이 들을 수 있다. 마지막곡 United Soul 은 이 앨범을 티스퀘어의 앨범이 확실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J-Fusion 곡인데 2002년 월드컵 공식 앨범에 수록되었으며 월드컵 당시 라이브 연주를 하기도 했다. 앨범에는 색소폰 연주로 되어있지만 라이브에서는 EWI로 멜로디를 연주했던게 기억이 난다. 앨범 전체에서 유일하게 긴장된 분위기의 곡인만큼 EWI버전이 더 맘에 든다.

이 앨범은 기존 티스퀘어의 곡을 원했던 팬들에게 잊혀진 앨범이 되버렸다. 팬들은 과연 이 앨범 수록곡 중에서 몇곡이나 알고 있을까? 하지만 티스퀘어의 곡을 기대하지 않고 그냥 음악으로써 이 앨범을 듣는다면 꽤 들어줄만한 앨범이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흥겨운 곡들이 많고 편안하게 들어줄 수 있는 곡들이 많다. 티스퀘어가 아닌 다른 밴드에서 이 앨범을 냈다면 어쩌면 다른 평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하긴 티스퀘어의 앨범이기 때문에 이렇게 들어볼 수라도 있게 되었지만.

비록 티스퀘어 자체적으로도 라이브에서 연주하는 곡이 없을 정도로 잊혀진 앨범이지만 이런 새로운 시도를 통해 다양한 음악을 남겨준 그들이 참 고맙다. 그리고 3번트랙인 Hit The Streets 같은 곡은 라이브로 한번쯤은 볼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