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96년... 대학에 들어가서 제가 맨 처음 미디 음악을 시작할때

부모님께 생일 선물로 받았었던 Ensoniq의 TS-10 이라는 신서사이저로 작업했던 첫 곡을 소개합니다.





미디음악의 입문을 위한 SoundCanvas 시리즈도 제대로 못다뤄 보고

애초부터 본격 신서사이저를 다루게 되었던 저는...

정말 망망대해에 놓여있는 느낌을 가졌더랬죠.


그래도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즐겁고 행복해서

지하철 안에서는 항상 컴퓨터 공학 전공 서적들과 함께

그 두께에 지지 않을 정도로 두툼했던 각종 신서사이저 영문 매뉴얼을

달고 대학 신입생 시절을 보냈던 걸로 기억합니다.


완전 황무지에서 홀로 서서 헤쳐나가는 느낌으로

그렇게 고생하면서 만들었던 곡이었죠.


컴퓨터와 연동하지 않고, 신서사이저 안에 기본으로 들어있는

똑딱이 내장 시퀀서를 이용해서 만들었는데...

디스플레이 환경이 달랑 2줄짜리 디지털 액정 뿐이라 기계어 코딩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극히 소량으로 표현되는 음의 정보들을 머릿속으로 음악으로 그려보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며 많은 고생을 해서 만든 걸로 기억이 나네요.


초반에 만든 수준은 애드립 카드에서 나올법한 수준이었지만...

그 후 1여년간 신서사이저에 대해 공부하면서 악기의 효율적인 조합과

당시 Polyphony의 한계상 32동시 발음을 지닌 신서사이저의 스펙으로 인해

너무 많은 동시 발음을 내면 일부 악기들의 소리가 먹어 들어간다는 사실 (Voice Stealing)도

체득하면서 악기 구성군을 최적화 하는 것도 배우게 됩니다.


전체 작업 방식은 노가다의 대명사인 'Step Recording'이라는 원시적인 방법이 사용되었습니다.

건반 하나입력하고 음의 길이, 벨로시티 값등을 조절하고 다음 음을 또 하나 입력하고 수치

조절을 반복했던... 기괴한;; 방법을 주로 썼으며, 하도 고생을 하다 보니 통달을 해서

나중에는 리얼 입력보다 최종 결과물들을 더 빨리 만들어 나갔다는 슬픈 전설을 남기며....

이곡의 작업 후반에는 리얼입력이 있어야 좀더 자연스러운 연주감이 생겨난다는 것을 체득하게 되어

일부 악기 (리듬기타, 아날로그 신스, 브라스 백킹)등은 직접 손으로 연주해서 마무리를 짓게 되었습니다.


(사실 초반에 MIDI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서... 몸으로 배울 수 있었던 방법들이기도 했죠. ^^;

당시 컴퓨터와 악기의 연동을 시킬 방법을 몰랐기에 케이크 워크 3.0으로 기존 미디 작업물들을 열어서

이벤트뷰를 통해 각 음들의 정보를 토대로 입력해나갔으며 그 위에 어레인지를 행해나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만든지 오래되고 악기들의 어우러지는 수준들이 지금 듣기엔 부끄럽지만

색다른 써니사이드 크루즈를 공유하고자 올려보니

관심있는 분들께서는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오랫만에 3자적인 입장에서 들어보니 이전 곡들보다 장점도 있긴 한 것 같습니다.

제가 올렸던 써니보다 사운드는 훨씬 더 시원한 감도 있고 말이죠. ㅎㅎ

초반에 만든 만큼 마무리가 거칠지만 그 나름대로 박력이... 쿨럭;


후반부 애드립이 기본 섹소폰 라인 위에

지금은 기억나지도 않는 나름대로 심취한 주법 (위에 말했던 신들린 스텝레코딩과 병행된 리얼입력)을

행하면서 아날로그 브라스로 버무려본건데, 그게 또한 나름대로 신선감이 있네요. ㅎㅎ


가끔은 이렇게 자신의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서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들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조만간 다른 새로운 작업곡들을 올려볼 계획인데 제가 하고 있는 사업이 바빠져서

도통 마무리를 못하고 있네요. 지중해님이 요청해주셨던 Dandelion Hill을 마무리 짓고

여러분 앞에 선보일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


그럼 모두 즐거운 퓨전음악 생활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