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시작 10분 전쯤에 세종문화회관에 들어와서 Set list를 살펴보니 약간은 의외였습니다. 신보 위주로 배치는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의 라이브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Melody - Waltz For Forest]의 'Song of my heart'라든가 [Heart]의 'Change Over'등의 선곡은 낯설었다고나 할까요
첫 곡인 'never'와 'message from you' 역시 기대했던 대로 꽉 찬 사운드로 압도당하게 됩니다. "Never'에서는 경쟁하듯 서로의 현란한 애드립으로 시작했던 것 같네요. '역시' 하고 감탄하면서 자연스럽게 'message from you', 'Lost in a maze'로 넘어갔습니다. 이 세 곡만 듣고서 카츠타가 걱정되더군요.
"초반인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닌가??' 할 정도로 제가 앉아있었던 2층을 겨냥하듯 하이 톤으로 연주하던데 생각해보니 무섭군요. 66년생이라니 덜덜...
신나게 분위기를 띄운 후부터는 급격하게 가라앉은 곡들로 배치되었는데, 약간은 구성이 아쉽다고 할까요. 'Song of my heart'까지는 괜찮았는데, 아스트랄한 'Change Over'의 기나긴 러닝타임에 약간은 지쳐버렸습니다... 다음 연주된 'travels in the blue'도 신보에 수록된 곡인데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충실한 멜로디 반복을 전개하는 곡입니다만 역시나 라이브 애드립으로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곡이었죠.
다음으로 지나칠 수 없는 디멘션 최고의 발라드 'If'의 연주는 그냥 눈을 감고 들을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템포가 상당히 빠르더군요. 약간 처지는 3곡을 연달아 배치해서 그런지 여지껏 들었던 'If' 중 가장 템포가 빨랐나 싶습니다. 도입부 템포가 상당하기에 '카츠타 어쩌나...' 걱정했는데 역시나 무리없이 소화하는 모습에 다시 한 번 덜덜..
다시 한 번 박차는 디멘션. 이어지는 곡은 이번 공연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마스자키의 'Tones'. 속주로 유명하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이 정도까지인지는 몰랐습니다. 기타를 '친다'기 보다 시원시원 '긁는다'는 느낌. 멜로디만 들어도 치기 어려워 보이는데 여기서 마스자키의 약간의 미스가 있었죠^^ 여기서도 카츠타의 크레이지 모드는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Guest로 나온 Annekei에 대해서는 딱히 이렇다 할 느낌이 없네요. 청량하고 깔끔한 보이스에 마스자키의 어커스틱 기타가 잘 어울렸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녀의 음반을 들어보고 평해야 할 것 같네요. 일단은 디멘션이 메인이니 pass//
이후부터는 광란의 시간으로 변하게 됩니다. 'Impressions', 'Beat#5' 'Se.le.ne~ 나루세 솔로까지' 어느 한 곡 빠짐없이 귀를 사로잡는 곡들입니다.
멤버들을 언급하자면 우선 마츠모토 역시 대단하다는 말뿐이 나오지 않더군요. 오노즈카가 건반 하나 하나 세세하게 강약을 조절해서 터치를 하는 타입이라면, '베이스-애드립'의 양 손으로 풍성하게 터치하는 것이 마츠모토의 스타일인 듯 합니다. 오노즈카의 터치와 비교해보면서 감탄을 자아낸 그의 연주였죠
무라이시의 스타일은 다분히 'Rock + Pop'의 영역이더군요. 주로 활동하는 분야가 그쪽이이어서 그런 것인지 Groove는 좀 떨어지는 듯 싶습니다. 이시카와에게 적응된 것인지는 몰라도 'Beat#5' 같은 곡들의 센스는 디멘션에서는 약간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나루세옹..예상은 했었는데 역시 '나루쵸'의 스타일에는 약간 맞지 않는 듯. 본래 굵직굵직한 사운드보다는 슬랩위주의 스타일이어서 그런지 소리가 많이 묻히더군요. Groove도 고인이 생각나게 되는 대목이기도 하고요. 팬서비스 비슷하게 솔로 타임이 있었으니 망정이지, 어찌하였든 아직도 정정하시네요 나루세옹. 2층에서 봤기 때문에 1층의 정확한 정황은 모르겠지만, 작년 카시오페아 공연 때의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묵묵히 현장의 '그들'을 감상했습니다^^;
카츠타는 몇곡을 빼고는 전부 크레이지 모드가 아니었나 싶네요. 'Over the Crazy' 라는 말이 뜬금없이 생각날만큼 실로 무서운 괴력을 발휘했습니다. 저렇게 하다가 미스 나면 어쩌나 고민 하던 중에 예상치 못한 'Beat#5에서 놓치시더군요. '아 그래도 사람이었구나'를 느끼든 대목이었습니다.
공연 외적인 감상으로는 약간은 씁쓸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2층 좌석은 거의 전멸하다시피 텅텅 비었고, 중간중간에 나가시는 분들이 꽤나 있었습니다. 쟁쟁한 다른 아티스트 공연의 기회비용인지라 좌석수가 빈 건 알겠는데, 나가는 분들이 많음에 기분이 언짢아지더군요. 공연이 끝나고 나서는 '재즈'인 줄 알고 들어오셨다가 그냥 나가시는 분들이 많은 듯 했습니다. 어쨌든 이쪽도 '재즈'이긴 한데 예상외의 실망이었는지 한 곡 한 곡 끝날때마다 나가는 분들이 늘어나더군요. 아무리봐도 끼워맞추기 식의 디멘션참가 인 듯 한데, 어찌보면 디멘션의 실책이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차라리 그들의 단독공연이었다면 그들만의 무대로 '재즈'페스티발의 선곡에는 어울리지 않을 'Jungle Dancer'나 'Nudistic'을 들을 수 있을텐데 말이죠. 재즈 페스티벌이란 명목으로 그래도 비슷한 재즈풍의 선곡과 Annekei의 무대도 준비하였던 건데 디멘션 팬으로는 아쉽습니다. 아직도 J-Fusion 은 매니악한 분야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set list에는 마지막 곡으로 my rule이 들어있었는데 연주되지 않았습니다. 사정이야 있었겠지만 텅텅 빈 좌석들이나, 곧잘 나가는 관객들을 보고 멤버들이 언짢아하지는 않았을까 되려 부끄럽더군요. '한국 관객 최고!!'를 외치는 마스자키에게 더욱 죄송한 마음이 들게됩니다.
어쨌든 이번 공연은 충분히 디멘션의 모습을 각인시킨 무대라고 봅니다. 04년 어줍잖은 티스퀘어와의 조인트에서는 홍보하는데 중점을 두었다면, 이번에는 그들의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죠. 적어도 마스자키의 속주와 카츠타의 크레이지 모드는 당분간 기억속에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남은 건 몇년이 지나든지 디멘션만의 단독공연이 성황리에 개최되길 비는 마음만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