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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뮤직, T-SQUARE Live in Seoul '94 취재기

Hiroyuki Noritake 곤쓰, 2013-01-10 오후 3:13:00

과거 PC통신 '나우누리'에 절친인 '욱쓰'가 올렸던 글입니다.

『소리마을 (Sound Village)-자유게시판 (go SV)』 14780번
제 목:[잡담] T-SQUARE 94' Korea Live 취재기
올린이:excel9 (이건욱 ) 96/07/14 15:05 읽음: 36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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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셔요, 저는 excel9.

핫뮤직 94년 10월호에서 발췌한 T-SQUARE live 기사여요..


1994년 8월 23일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공연 시작 30분 전인 7시, 세종문회회관에 도착했다. 사람들로 붐비는 입구를 지나 로비에 들어서니 팸플릿과 기념품 판매대가 눈에 들어왔다. 팸플릿을 파는 일이야 매공연마다 있는 일이니 그다지 놀라운 풍경도 아니지만 기념품 판매대를 따로 마련한 일은 국내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그것도 재즈 공연에!) 반갑고 신기한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판매 품목은 두 종류의 반팔 티셔츠와 타월로 가격은 모두 만원이었다. 두가지 티셔츠 중 티스퀘어의 로고가 새겨진 것을 하나 집어 들고 값을 치룬 뒤(물론 비싸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추억이라는 셈치고) 2층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7시 35분경 모든 불빛이 꺼지고, 실내 전체가 어두워졌을때 컴퓨터에 입력시켜 놓은 인트로가 흐르며 무대에 설치된 스크린이 켜졌다. 스크린에는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흰구름이 둥실둥실 떠있어 청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윽고 티 스퀘어의 멤버들이 나타나 왼쪽에 키보드와 기타, 오른쪽에 드럼과 베이스 그리고 중간에 관악기 형태로 자리를 잡았고 관객들은 커다란 박수소리로 그들을 맞았다. 모두 흰 양복을 똑같이 맞춰 입은 멤버들은 첫 곡으로 경쾌한 곡조의 '여명의 비너스'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공연이 시작되자 악기 뒷편에 설치된 조명기구도 활발하게 움직였다. 긴 사각의 기둥 형태로 만들어진 조명대가 키보드와 드럼 뒤에 각각 설치되어 있었는데 상하로 움직이며 아주 선명한 스카이 블루의 빛과 청, 백색 조명을 쏘아댔다. 그 빛의 조화가 뛰어나 한동안은 음악을 잠시 잊고 눈으로 그 불빛만을 쫓아다녔다. 두 번째 곡으로 'Copacabana'를 마친 뒤 키보디스트 이즈미 히로타카가 마이크를 잡더니 영어로 멘트를 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와서 매우 기쁘다고 말문을 연 그는 티 스퀘어는 18년의 역사를 가진 그룹이지만 한국에서의 경력은 오늘이 처음이라며 "좋은 밤 되십시오"라는 우리말로 마무리를 지었다.

관악기 연주자 혼다의 거침없는 연주가 주도권을 잡은 'Control', 피아노가 기본을 이루는 'Dandelion Hill'의 순서가 끝난 뒤 무대는 다시 한 번 암전이 되더니 기타, 베이스, 키보드 플레이어가 들어가고 색소폰의 혼다와 드럼의 노리타케 두 명의 협연이 시작되었다. 이 둘의 연주는 듀오라기보다 경연에 가까웠다. 마치 힘겨루기를 하듯 조금의 양보도 없이 팽팽한 대결을 보여주던 혼다와 노리타케는 중반부에 들어서면서 서서히 트럼펫이 주선율로 그리고 드럼이 반주 역할로 역할 분담을 하면서 긴장을 풀었고, 이 기회를 이용해 트럼펫의 혼다는 앞으로 걸어나와 무대 전면을 걸어 다니며 팬들의 시선을 골고루 받았다. 트럼펫과 드럼의 듀오가 끝나자 다시 전 멤버가 등장했고 이번에는 베이스가 마이크를 들고 멤버를 소개한 뒤 다음 곡은 'Hearts'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경쾌한 리듬일색으로 이어지던 공연은 감미롭고 부드러운 'Hearts'가 시작되면서 차분하게 바뀌었고 조명도 연두빛 형광색에서 오렌지, 흰색으로 색깔을 달리 하며 분위기 조성에 일조를 했다.

안도 마사히로의 플라멩고풍의 기타가 돋보인 'Romantic City'가 끝나자 베이시스트가 서울에 있는 우리의 친구라며 이정식을 소개했고 호명을 받아 무대 중앙에선 이정식은 티 스퀘어의 멤버들과 2곡을 함께 연주하고 관객들의 박수에 꾸벅 인사로 답한 뒤 사라졌다. 게스트와의 시간을 끝낸 이들은 'Bad Moon'을 접속했는데 이 시간은 완전히 베이스 맨 스토의 독무대였다. 앞으로 뛰어나온 그는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며 격렬한 연주를 보여주면서 한편으로는 팬서비스를 의식했는지 좌우의 무대를 골고루 돌아다녔다. 그의 이런 행동에 용기를 얻은 듯 지금까지 튀지 않게 팀의 사운드를 이끌어 온 리더 안도도 기타를 메고 객석 가까이 걸어 나왔고 색소폰을 든 혼다도 이에 합세했다. 이어서 드라마 주제곡으로 써도 손색이 없을 만큼 드라마틱한 두 곡을 연달아 선사한 멤버들은 원곡의 나즈막한 코러스를 뺀 채 곧바로 색소폰 연주로 들어가게 편곡한 '여름의 신기루'를 시작했고 이 작품의 후반부를 전 멤버가 북, 실로폰 등의 부전공 악기로 마무리 지은 뒤 무대에서 사라졌다.

중간에 휴식 시간도 없이 13곡을 연달아 연주한 티스퀘어의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박수 소리를 합해 앵콜을 청했는데 한국 관객들의 성미가 급하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지 멤버들은 좀처럼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 5분쯤 흘렀을까.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앵콜 박수를 받으며 무대로 돌아온 이들은 다시 연주를 시작했다. 키보드 전주가 조금 흐르자 객석이 이상스레 동요되며 여성 관객들의 한숨에 가까운 탄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이유는 바로 이들의 선곡에 있었다. 티 스퀘어가 앵콜곡으로 준비한 작품은 다름아닌 장안의 화제작 '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주제가였던 것이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대중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멜로디가 티 스퀘어의 능수능란한 연주에 실려 나오자 관객들은 환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첫 앵콜곡을 끝낸 이들은 또 한곡으로 성원에 답례하며 작별 인사와 함께 무대를 마쳤다. 티스퀘어의 공연은 예상을 뛰어 넘는 훌륭한 콘서트였다. 멤버들의 연주도 훌륭했지만 이를 더욱 빛내준 것은 상하로 움직이며 고급 분위기를 연출한 조명시설이었다. 지금까지 적지 않은 공연을 봤지만 국내에서 이루어진 공연 중 이만큼 연주를 살려준 조명은 접한 적이 없었다.

지난 봄, 일본 문화 3단계 수용안이 발표된 이래 이에 대한 찬반양론이 각종 시사지와 TV 프로그램을 통해 꾸준히 다루어졌다. 확고한 주관을 가지지 못하고 개방을 찬성하는 쪽의 말도 옳은 것 같고 우리 문화의 자생력이 강해지기 전까지는 문을 열어서는 안 된다는 반대파의 의견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우매한 국민이지만 티 스퀘어의 공연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문을 활짝 열 것이냐, 아니면 '아직은, 아직은 이르다'며 빗장을 새로 잠굴 것이냐 하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이 안건에 앞서 해결해야 할 사항은 우선 크게, 많이, 폭넓게 배워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대문은 비단 일본에 한해서만 닫혀 있는 것이 아니다. 읽어도 좋고 들어도 괜찮다는 심의를 통과한 지식과 예술만을 접할 수 있는 상태가 현실인 것이다.

Postscript T-SQUARE 만쉐

21th의 시디번호는 무엇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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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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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키보드, 2013-01-22

개인적으로 음악을 알고도 티스퀘어를 모르던 시절...
뒤에 알고 보니 이 때의 티스가 가장 기량이나 음악적인 레벨이 제일 높았다고 평가되는...

당시엔 인터넷이 제대로 돌던 시기도 아니었고, 글만이라도 남아있는게 신기하네요.
글만 보는데도 왜 이렇게도 설레는지... 열정에 다시 한번 놀랍고 고맙습니다^-^


Various Artists
지중해, 2013-01-11

마치 공연을 본 것 처럼 생생한 리뷰네요. 멤버들의 기량, 팀웍 등 모든게 최고였을 시기에 그것도 여름의 혹성 라이브라니.. 공연 직접 보신분들이 너무 부럽습니다.


Various Artists
또기, 2013-01-11

대단합니다...94년이라..거의 20년전 이야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