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의 루트로 손에 넣은 EWI4000s에 대한 소감입니다. 제가 좀 흥분해서 두서가 없사오니 양해바랍니다. =_=
1. 첫인상
하얀색 플라스틱 쪼가리같았던 EWI가 드디어 디자인을 일신했습니다. ㅠ_ㅠ 이제 더이상 "노래방기계나?" 라는 질문을 듣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상당히 세련되어져서, 기존에 EWI3020을 노래방기계로 오인했던 주변 사람들도 "대단히 비싸보인다;;" 라는 반응입니다. 디자인만큼은 정말 200점 주겠습니다.
기존 EWI3020은 좀 큰 리코더만한 크기로, 이토다케시가 물고 있으면 무슨 커다란 담배라도 문 것 같았습니다만. 4000S는 크기가 약간 커진 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다가오네요. 무게도 약간 무거워졌습니다만. 애초에 EWI라는 악기가 워낙 가볍고 코딱지만한 -_- 악기였기 때문에. 여전히 소프라노 색소폰의 절반 무게도 안되고, 부피도 그러한지라, "무거워서 연주하기 곤란해졌다" 라는 느낌은 없습니다. 단, 이제는 목걸이 없이 연주하기는 좀 곤란해졌습니다.
뒷면을 보면 기존 EWI와는 달리 상당히 복잡해졌습니다. LED 스크린 (LCD였으면 비싸겠죠 -_-), MIDI IN/OUT, 4개의 버튼, ON/OFF 스위치, LINE-OUT, DC IN, 이어폰 단자가 있고. 덤으로 상단의 뚜껑을 열면- 브레스, 글라이드, 벤딩 등의 설정을 바꿀 수 있는 6개의 로브가 나타납니다.
윗면도 다릅니다-! 2개의 버튼이 F키 옆에 나타났습니다. 놀랍게도, 토글버튼입니다. 각각 HOLD KEY / OCTAVE KEY인데, SETUP MENU에서는 UP/DOWN의 기능을 합니다만, 연주중에는 꽤나 웃기는 기능을 합니다.
연주중에 HOLD 키를 딸깍하고 누르면, HOLD 키에 주황색의 불이 들어옵니다. 뭔가하고 보았더니- 연주자가 화음을 낼 수 있도록 해주는 기능입니다. 일종의 서스테인? 이라고 해야할런지. 홀드모드에서는 숨을 끊지 않고 프레이즈를 지속할 경우, 맨 처음에 입력한 음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됩니다. 화음을 낼 수 있다고 하기에는 뭔가 제한이 많습니다만, 이리저리 연구해 보면 상당히 재미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듯합니다.
OCTAVE KEY는- 역시나 누르면 딸깍하고 불이 들어옵니다. 기타에서의 옥타버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옥타브모드에서는 특정 음을 연주시, 자동으로 한옥타브 아래의 소리가 동시에 나타나게 됩니다. ..... 개인적으로 아주 쓸모없는 기능이라 생각됩니다; (누르는 순간 대단히 소리가 싼티나게 변한다는 느낌입니다 -_-) 뭐, 취향나름이겠지요.
그리고 궁극의 이어폰 단자- 이어폰만 꼳고 아무데서나 연습할 수 있는 엄청난 장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지하철 좌석에서도 연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지 마세요;; -_-) 최악의 휴대성을 가진 악기에서 최고의 휴대성을 가진 악기로 역전되었습니다. 감동의 물결입니다. ㅠ_ㅠ
이제 그 모듈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니.
2. 취주감
취주감, 하면 뭔가 일본식 표현입니다만. 아무튼 "연주하는 느낌" 입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입니다. 뭐랄까, 한마디로 꼬집어서 말하기는 힙들지만, 대단히 자연스럽다고 할지- 제 EWI가 워낙 구입한지 2년이나 되어 썩어가는 추세라 대조되어 그런지 모르겠으나. 좀 더 연주자의 감정을 잘 받아준다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또한 3020의 경우 원인을 알 수 없는 "삐빗' 하는 삑사리가 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만. (이건 분명 제 EWI가 썩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4ks에서는 그러한 현상을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네요.
키는 약간 모양과 재질이 변한 듯한데. 손가락으로 짚었을 때, 뭔가 더 따듯한 느낌이랄까요-? 손가락 끝을 부드럽게 감싸줍니다.
그리고 확신은 못하겠습니다만, 글라이드의 느낌이 좀 변한 듯합니다. 좀 자연스러워진 느낌이 들었습니다만, 내부 이펙터 때문인 듯도 하네요. 아래는 일본 사이트에서 퍼온 소감의 일부입니다.
- 일단 걱정없다고 느꼈습니다. 3020m에 프리세트된 음과 매우 흡사하다고 말하면 좋을 듯하네요. 예상이상으로 좋은 음색이 들린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3020m보다 불기 편했습니다. 토탈한 느낌. 음량의 강약은 대단히 스무스했고, 또한 3020에서는 텅깅할 때 '탓탓'하는 짧은 음이 튀어나버리는 일이 있고는 했습니다만, EWI4000s에서는 이러한 형상은 없었습니다. (4000s에 EWI3020m 모듈을 연결할 경우 같은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
3. 톤 & 내부이펙터.
많이 걱정했던 부분이었는데요. 대체적으로 만족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분명히 "발전했다고" 생각합니다. 쓸만한 소리도 많고, 재미있는 시도들도 보이네요. 사운드 에디팅 프로그램의 스크린샷을 보아도 생소한 파라메터들이 많이 나타나는데요. '노이즈 필터'등의 기존의 3020m에서는 (3030m은 방식이 전혀 다르므로 비교불가능.) 보이지 않았던 변수들이 보이는군요. 허나 아직, 사운드 에디터를 다운로드받을 수 없어 테스트는 해보지 못했습니다.
Vitual Analog Synth라는 정체불명의 기술을 사용하여 걱정하시는 분들이 계셨던 것 같은데요. 신디에 대해서는 완전히 깡통이나- 개인적으로 몇분에게 질문을 드려 그다지 신빙성은 없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virtual analog synth라는 것은 아날로그 사운드를 디지털적으로 에뮬레이션 하는 것인데요. 현재 아날로그 신디의 주류 방식이라고 하네요. 노드리드 시리즈나, 바이러스 시리즈, K-Station 등과 같은 아날로그 신디들이 이런 방식으로 구동된다고 합니다.
EWI4ks의 경우 PCM 처럼 웨이브폼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3020m 처럼 삼각파/사인파 등의 조합으로 파형을 구성하기 때문에 사운드 에디팅 방식도 3020m과 매우 유사합니다.
3030m의 경우 PCM 방식이었는데요, ewi 유저들 사이에서 꽤나 인기가 없었죠 -_-; 아마 생악기의 소리를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대 실패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패치된 3030m 사운드가 꽤나 마음에 들었었는데요. 99%의 톤은 역시나 썩은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만, 단 하나 꽤나 좋은 톤이 있어서, 공연할 때에는 꼭 3030m을 사용했었던 기억이 있네요.
(덤 : PCM방식의 아날로그 신디도 존재하는데, 3030m도 물론이고- Vintage Keys, Morpheus 와 같은 아날로그 신디가 PCM 방식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신디들은 현재는 생산되지 않는, 아주 구형의 아날로그 신디의 소리를 사용하고 싶을 경우 사용된다고 합니다.)
- 아무튼 음향 관계에 대한 부분은 완벽한 깡통이기 때문에 뭔가 이상하다 싶으시면 태클 부탁드립니다. . . .
구체적인 톤의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 톤-
당시 이토다케시씨의 'TRUTH'를 듣고 저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텅깅시의 저 어색한 빠릿빠릿거리는 소리는 대체;
1월 1일에 이토다케시가 TRUTH를 할 때 사용한 음색은 J-JUDD 혹은, JUDD4000으로 추정됩니다. 제가 직접 사용해 본 결과, 기본적으로는 꽤나 괜찮은 소리입니다. 단, 음이 발생하는 시초에 (보통 텅깅시) 대단히 싸구려틱하고 빠릿빠릿한 느낌이 거슬리는군요.
아마도 빠른 프레이즈를 텅깅없이 수행할 때 각각의 음을 또렷하게 표현하도록 하기 위해 envelope의 어택 부분을 강조한 것 같습니다. 열린음악회에서의 TRUTH에서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인데요. 멜로디에서는 야릇하고 싼틱한 어택이 꽤나 거슬리는데, 솔로잉시에는 빠른 속도로 후리는 프레이즈에서 특별한 텅깅 없이도 각 음이 또렷하게 들리는 점이 인상적이더군요.
아무튼지간 분명히 거슬리는 부분임에는 틀림없고; (솔직히 듣기 괴로웠지요 -_-) 이러한 면에서는 JUDD4000보다 J-JUDD가 덜합니다. 초기버젼에는 J-JUDD라는 소리가 없었던 것으로 보아, 이미 이런 점이 어느 정도 지적이 되었던게 아닌가 싶네요. 현재 제가 사운드에디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이 부분을 손볼 수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어택이 강조된 톤이 여런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조정할 수 있는 파라메터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아무튼 몇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사운드는 기대 이상입니다. /~_~/ 음악에 대해 전혀 모르는 친구들도 한결 낫다고 할 정도고.
뭐랄까, 한꺼풀 벗긴 듯한 느낌이랄까요. 뭐, 취향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3020m / 3030m에 뒤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TRUTH류의 곡을 연주할 때는, 77번 DETUNE SAW라는 음색이 잘 맞는다는 느낌이더군요. 개인적으로 텅깅 순간만을 제외하고는 J-JUDD가 상당히 괜찮은 음색이란 느낌이어서, 차후 톤을 직접 편집할 수 있게 되면 J-JUDD를 좀 손봐서 사용할 수 있을까 바라고 있습니다.
내장이펙트에 대해서는, 약간 실망스러운 면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만족입니다. 3030m의 내장 리버브가 꽤나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별도로 리버브 거는 것보다 낫더군요) 뭐, 딜레이에 코러스까지 지원한다는 사실에 대해 꽤나 기대하였습니다만. REVERB / DELAY의 경우 조절 가능한 파라메터가 하나뿐이고, 코러스의 경우 ON/OFF 만을 선택할 수 있게 되어있다는 점이 좀 탈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꽤나 만족스러울 만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듯하여 최종적으로는 만족입니다. (어설프게 기타이펙터 연결해서 쓰는 것보다는 100만배 낫습니다 -_-)
내장이펙트라는 것이, 단순히 외장이펙터가 없을 경우의 대용품이라기보단. 각각의 톤에 대해서 별도로 이펙트 설정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상당한 장점으로 다가옵니다.
저는
1번 'SINGING SAW' 47번 'SOFT PULSE' 73번 'Mass Ave.' 77번 'DETUNE SAW' (톤은 전체 80개가 있고, 81~100번은 여분의 공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네 소리를 애용하게 되었는데요. 약간 손만 보면 꽤나 멋진 소리들입니다.
1번 SINGING SAW는 마사토혼다곡에 어울릴듯한 소리입니다. 47번 SOFT PULSE에 이펙트를 잔뜩 먹이면 TAKARAJIMA 류에 퍽이나 적합한 소리가 나네요.
77번 DETUNE SAW는 CONTROL이나 TRUTH에 적합한 듯합니다만. 소리가 좀 얇습니다. 아까 언급한 것처럼 개인적으로는 J-JUDD에 그 이상한 텅깅만 제거하여 썼으면 좋겠습니다. -_- 지금도 텅깅만 살살하면 괜찮습니다.
그 외에 73번 Mass Ave. 가 나름대로 특별한 소리를 내고. (티스퀘어 카피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14번 BRIGHT WAH는 꽤나 웃긴 느낌입니다. 앞으로 여러가지 궁리를 해보아야겠네요.
아날로그 신디 특유의 '따듯한' 소리를 원한다면 8번 PULSE BRASS, 16번 MIX LEAD, 20번 ClareInNet, 28번 SQ95, 29번 SQ115 56번 BRIGHT SYNTH 괜찮네요.
조만간 pathchmanmusic에서 패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꽤나 기대됩니다.
4. EWI를 구입하려 하시는 분들께 개인적으로 한마디.
"Akai EWI4000s FAQ" 에서의 인터뷰를 보면, 더이상 3020m과 3030m은 생산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앞으로 EWI를 구매하실 분들에게 추천을 해드린다면. 일단 EWI4000s를 구입하고, 차후에 야마하 VL70m이나 롤랜드 XV2020 같은. 다른 회사의 모듈을 구입하는 것이 어떨까 싶네요. T-SQUARE에만 얶매이지 않고 새로운 사운드로 나아가는 데에도 그쪽이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튼- 대만족입니다. 3020m이 출시된 이후 12년은 넘은듯한데 그동안의 세월이 공은 아니었나 봅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