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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잡담

Jazz in Saturday

Various Artists 시북군, 2006-03-26 오전 11:13:00

*주의: 스크롤 압박 심함, 스포일러 있을수도 있음(그냥 생각없이 쓰기때문에 있는지 없는지는 필자도 모름)

-Prologue-

이런... 점심을 너무 늦게 먹어서 허겁지겁 나갔다. 그렇찮아도 20분에 한대씩 오는 광역버스때문에 예정은 완전 틀어져서 2시5분쯤에 겨우 버스를 탔는데 이런! 주말이라 차가 무지하게 많네 그려. 하긴 전에 연말에 강남역 갈때 광역버스 탔다가 2시간 걸려서 간적도 있었던거 생각하면 그나마 양반이긴 했는데 어쨌든 1시간 15분정도 걸려서 겨우 도착, 영화시작까지 15분정도밖에 안 남아서 죽어라 뛰어서 무인예매발급기에서 티켓 받아서 겨우 입장, 그럼 지금부터 본론 시작

-Part 1: with Swing Girls and A Boy-

극장에 1년4개월만에 와보니 참 생소함밖에 안 느껴진다. 거기다 혼자 온 인간이라고는 나밖에 없어서 처음에는 위축된채로 조용히 배정된 시트에 착석하고 정면에 나오는 광고들을 보는데 이때 블루하츠를 테마로 만들어진 영화인 '린다린다린다'의 트레일러가 나왔는데 처음에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그 순간 오른쪽 귀퉁이에 뜬 문구를 보고서 가슴이 마구 뛰었다. '음악: James Iha' 제임스 이하? 3초간 누구더라 생각하다 그 전설의 시카고 출신 호박밴드(스매싱 펌킨스)가 머릿속을 파악 긁고 지나갔고 잠시 이성을 잃었다. 이것도 꼭 봐야겠구나 하고 조용히 다짐하는 순간 개봉일이 그런 기대감에 찬물을 부어버렸다. 4월16일. 그렇다, 중간고사 기간인것이다. 그렇게 망연자실하는 순간과 함께 영화는 시작됐다.

사실 이 영화를 처음 알게 된 계기는 발매소식등을 체크하느라고 제집드나들듯이 매일 들락날락하는 HMV재팬 온라인의 메인 화면이었다. 작년에 DVD랑 OST발매로 늘 메인화면에서 빠지지 않고 며칠씩 걸려있는 사진들을 보며 이런게 있구나 싶었다가 결국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무엇보다 놀란것은 우에노 쥬리가 이 영화를 위해 3년동안 색소폰을 배웠다는 사실에 대단하다라는 말밖에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같이 싱크된 작품은 바로 '스쿨 오브 락'이었다. 물론 후자의 경우 잭 블랙부터 시작해서 오디션을 통해 뽑힌 아이들까지 전부 이미 음악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긴 했지만 전자들 역시 어찌됐건 각고의 노력으로 멋진 빅 밴드를 결성할 수 있게됐으니 그걸로 충분하지 않는가? 그리고보면 양 작품이 지닌 음악이라는 테마는 참으로 재밌으면서도 생각을 해보게 하는 부분이다. '스쿨 오브 락'에서는 락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고 또 나이를 먹으며 잊혀진 기성세대의 혼을 다시 지피게끔 하는 하나의 과정이 있는가 하면 '스윙걸즈'에서는 매니악한 음악으로만 생각되는 재즈를 대중에게 직접 느끼게 해준다라는것이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 싶다. 비단 단순한 시골소녀들이 어엿한 세션 걸로 성장하는 것 외에도 작중의 스즈키 토모코(우에노 쥬리 분)가 말한 '가방 끈 긴 사람들이 술 마시면서 폼 재는 음악'이라는 촌철살인적인 구절을 생각해보면 나름대로 재즈강국인 일본의 감춰진 측면을 꼬집고 있는거 같았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인 빅 밴드로 성장해서 대회에서 연주하는 이들의 모습에서는 그야말로 전율을 느끼지 않을수가 없었다. 일단 대중들을 생각해서인지 멜로디들은 귀에 익은 것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나 역시도 뭐 제대로 공부를 한것도 없고 들은것도 짧은만큼 그냥 이 곡이구나 싶었지 이게 누구꺼였지 할 틈은 없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건 비 오는 걸 좋아하고 파란색을 좋아하며 가끔씩 우울해지고 싶은 특이한 나의 성격과는 분명 여러가지로 매치가 잘 되는 장르라는 것이다. 또 유일한 남정네이자 건반세션을 맡고있던 나카무라 타쿠오(히라오카 유타 분)을 보면서 시간이 얼마가 걸리던 간에 반드시 건반악기를 배워서 나도 저런 음악들을 해야지라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진 순간이었다.

P.S: 처음에 합주부 선생이라고 나온 사람을 보니 시라이시 미호여서 순간 흠칫했다.(전차남에서 진카마 미스즈라는 역으로 처음 본것부터 꽤나 강렬한 인상이 박힌 사람이라서...)

-Part 2: with Masato Honda Band



밥을 느긋히 먹고서 6:40분쯤 3층 오디토리엄으로 향하다보니 이렇게 안내가판도 세워져있고 갈수록 긴장의 순간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로비에서 인터파크에서 예매한 티켓을 받아들고는 전면유리에 보이는 봉은사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고서 이리저리 둘러보는 순간 눈에 확 꽃히는 것이 있었으니... '공연 후 로비에서 싸인회가 있습니다' OTL! 그렇찮아도 혹시 몰라서 유일하게 가진 퓨전음반이자 혼다씨의 앨범인 'Carry Out'과 'Real Fusion'을 가져갈까 생각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왔는데 이런 낭패가. 별 수 없이 3천원 내고서 그냥 공연 팜플렛 사들고 여기다 받아야지 생각했다.(혹시 속으로 싫어들 하신거 아닐련지... 그럴 의도는 아니었시유. 용서를...) 그리고 카시오페아+Sync DNA, 크리스 보티의 내한공연 찌라들도 받아들었는데 하여튼 한해에 콘서트 연속 관람을 처음일듯 싶다.(일단 무조건 간다는 크리스 보티&티 스퀘어, 카시오페아는 돈 되는 대로 무조건 예매하기로... 아키라+노리타케 콤비를 볼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니...) 2004년 DEEN의 내한공연이 처음 가본 콘서트였는데 그 이전까지 맨날 대형 라이브들의 규모에 홀려서 소규모급의 라이브 하우스나 홀 공연의 매력을 몰랐다가 그때 처음으로 소규모 공연에서만 느낄수 있는 관객과 뮤지션과의 호흡을 알게됐고 당연히 이 날도 그런 기대감은 최고조였다.

7시가 넘어 입장을 해서 배정된 자리에 털썩 앉아서 비는 시간동안 팜플렛을 정독했는데 아오키 토모히토의 프로필에서 두번째로 이성을 잃었는데 비즈와 스피드의 녹음에 참여했다는 말에 이건 또 언제!하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비즈의 베이스 세션이라고는 빌리 시헌 아니면 같은 소속사 동료인 도쿠나가 아키히토 그 둘밖에는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으니... 그건 그렇고 악기 셋팅이 마무리가 안 된건지 공연시간이 조금 지연됐고 언제하지 하는 지루한 마음에 파묻히는 순간 갑자기 조명이 어두워지고 무대에 연막이 피어올랐다. 시작이다! 하는 생각과 곧 멤버들이 자리를 잡고 막은 올랐다. 불행히도 재즈 자체도 관심을 가진지 얼마 안 됐을뿐더러 알게 된 시간이 티스퀘어는 4달, 혼다 마사토는 2달정도밖에 안 되서 제목을 알고 있는 곡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게 무슨 상관이랴? '스윙걸즈'에서의 관객들처럼 재즈를 몰라도 그저 마음으로 이들의 음악과 혼을 느끼기만 하면 그만일 뿐이다. 그리고보면 티 스퀘어랑은 약간 차이가 있는게 이토씨는 EWI의 비중이 꽤 높은거 같은데 혼다씨는 색소폰에 좀 더 비중이 있는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극히 일부의 음반만 들어보고 또 수요예술무대 영상밖에는 라이브 모습을 본게 없으니 확실하진 않지만 그동안 나름대로 보아온 이들의 모습으로만 판단하자면 그랬다. 무엇보다 이날의 콘서트에서 가장 경이로웠던건 초등학생때 억지로 끌려서 하던 리코더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혼다씨의 리코더 연주가 아니었을까? 공교롭게도 낯에 본 '스윙걸즈'에서는 세키구치가 오디션을 볼려고 와서는 할줄 안다는 악기라고 내보인것이 리코더였지만 혼다씨는 그걸로 득음의 경지를 선보였으니 안 넘어갈수가 있겠는가! 그리고 공연에 오기전 여기저기서 혼다의 관악기 스페셜을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처음에는 그게 뭔가 싶었다가 나중에 네이버에 개설된 혼다 마사토 블로그에서 그 실체를 확인하고서 나도 무지하게 기대했지만 아무래도 장비구축에 좀 무리가 있던건지 관악기 스페셜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또 특별코너인 혼자놀기에서 보여주신 'Tokyo Train' 플루트&바리톤 색소폰 콤비네이션에서는 정말 보는이를 절로 탄성을 지르게 만드는 혼다씨의 정열적인 연주에 감동했다. 그리고 간혹 나오는 세션들의 즉흥 솔로는 단연 공연을 돋구는 핵심적 역할을 했는데 역시나 어김없이 등장하는 마츠모토 씨의 그 황홀경한 표정은 다시금 나에게 건반악기의 매력을 확신시켜 주었으며 노리타케씨의 드럼솔로에서는 어딘가 몸속에서 솟아오르는 파워와 에너지를 충만케 했고 카지와라씨의 기타와 아오키씨의 베이스는 그냥 현의 움직임에 몸을 맏기면 그만이면 되는 그런 멋진 리듬과 멜로디를 선사했으니 정말 다시금 콘서트티켓 정말 잘 샀다라는 생각뿐이었다. 다만 내가 앉았던 자리가 오른쪽 구석의 가장 앞줄이어서 악보스탠드에 노리타케씨가 가려서 이를 어쩌나싶었지만 다행히도 막판에 난데없는 스탠딩라이브&라이브하우스화 되는 순간을 노려서 무대앞쪽으로 바짝붙은 덕분에 마지막만큼은 노리타케씨의 얼굴을 원없이 볼 수 있어서 너무도 기뻤다.

이렇게 2시간가량의 공연이 끝나고 이제 남은건 싸인회! 그런데 어쩌다 보니 노리타케씨 싸인만 혼자 팜플렛 안에 받아버리는 바람에 나머지분들 싸인과 한자리에 머물지 못했다.(역시 의도적인게 아니에요! 부디 용서를...) 무엇보다 어떤 뮤지션을 그렇게 가까이서 보긴 생전 처음이었고 다들 공연직후 피곤하신데도 조금도 티 내지 않고 팬분들을 맞는 그 모습에 다시 한번 감동했다. 무엇보다 오늘의 주인공 혼다씨는 우리말로 감사하다고 하면서 악수까지 청하는 덕분에 정말로 안구에 쓰나미가 치는 순간이었다. 다만 아쉬운거라면 막판에 흐트러진 틈을 타서 무대연주사진을 찍는 분들이 계셨는데 멤버들이 불쾌하게 생각한건 아닌가 싶은 걱정이 들었다. 일본에서는 워낙 초상권이나 저작권에 대한 게 엄격한지라 개인 홈페이지에도 앨범 자켓 사진도 함부로 못 올릴뿐더러 어느 공연장을 가도 사진과 녹취, 동영상 촬영은 금지이거늘 웬지 걱정되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함을 감출수가 없었다.(물론 야후옥션에 가보면 불법으로 녹취한 음원이나 사진들이 팔리긴 하지만)

그야말로 주말 토요일을 완전 재즈에 파묻혀 보낸 셈이 되버렸는데 12시가 넘어 집에 도착하긴 했지만 전혀 상관없었다. 그저 이 날의 감동을 잊지않고 늘 가슴속에 품고 살수 있기를... 내일은 도쿄스카파라다이스의 라이브DVD를 보며 스카의 분위기에 물씬 빠져볼까 한다.


제 블로그에 올린걸 그대로 퍼다가 나른건데 덕분에 그냥 편한대로 쓴거라 경어를 쓰진 않은지라 이 점 양해바랍니다. 그리고 이건 일부만 긁은거고 잡설이 좀 들어갔지만 풀버전(?)은 http://sibukun.egloos.com에 있습니다.

관련 음악가


Masato Ho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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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Various Artists
또기, 2006-03-26

재미있으셨겠어요 ㅠㅠ